40주를 꽉 채운날 마지막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어요.
분명 양수도 안 터지고 아무 이상도 없었는데,
검진을 하던 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워집니다.
" 차 어디다 주차했어요? "
" 2시간짜리 길거리 주차요. "
" 지금 차 옮기고 오세요!! "
"..... 네?.... "
알고 보니, 양수가 새고 있었다고 합니다. 아.... 이 둔감한 아줌마.
갑작스러운 소식에도 다행히 며칠 전에 한국에서 오신 엄마가 함께 있어 마음이 놓였어요.
그리고 호서방에게 급히 연락!
" 짐 싸놓은거 가지고 바로 병원으로 와! 컴온~~ "
그렇게 예고도 없이 출산이 시작됐습니다.
심장이 두근두근...!!
호서방 도착하기도 전에 유도분만 주사를 맞고,
곧이어 진통이 밀려왔어요. ㅜㅜ
으악~~!
무통주사 후기를 안 좋게 들어서 '나는 안 맞아야지!' 결심했었지만,
그건 어디까지나 진통 전의 이야기.
" 에피듀럴!!!!! 플리즈!!! 허리업~~!!! " 을 외칩니다.
진통 10시간 만에 찾아온 무통천국.
아.... 좋다....
멜번댁 겨우 잠에 듭니다.
그. 런. 데!!!
갑자기,
" 코드핑크! 코드핑크! 블라블라"
대략 8명이 넘는 의사, 간호사들이 갑자기 제방으로 우르르...
저를 급하게 깨웁니다.
이.. 이건 무슨 일??
갑자기 제 침대를 끌고 수술방으로 급히 이동합니다.
뭐야... 무서워..ㅠㅠ
이동하는 도중에 설명을 시작합니다.
" 자궁이 7cm까지 열렸는데 아기 심장박동이 너무 떨어지고 있어요.
지금 당장 수술해야 합니다.
빨리 읽고 사인하세요."
허얼....
한국말도 아닌 영어로 쓰여있는 수술 동의서 에라이~! 제대로 읽지도 않고 싸인 휘리릭~
그렇게 정신없이 예고도 없는 제왕절개가 시작하더니
얼마 안 걸려 "으앵, 으앵" 꼬물이 울음소리가 들립니다.
작고 귀여운 꼬물이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어요.
그 순간 평소에 감정표현이 서툴렀던
호서방이 흐느끼더군요.
처음 봤어요. 호서방 우는 거.
저도 눈물이 또르르.
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하루였어요.
예고도 없이 찾아온 출산.
무섭고, 놀랍고, 벅차고....
그 순간을 함께 해준 가족들 덕분에,
무사히 이 소중한 날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어요.
[출산 꿀팁💡] 멜번 공립병원에서 제왕절개? 무료예요!
참고로 저는 멜번에 있는 공립병원(Public Hospital)에서 출산했어요.
진료, 유도분만, 무통주사, 제왕절개, 입원(제왕절개는 보통 3일)까지 전부 무료!
의료진들 모두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셨어요.
이게 가능한 이유는,
**Medicare(메디케어)**가 적용되는 공립병원 출산 시스템 덕분이에요.
🇦🇺 호주 시민권자, 영주권자라면 누구나,
공립병원에서의 출산은 거의 모든 비용이 무료랍니다.
(단, 산부인과 개별 클리닉이나 사립병원을 선택하면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요.)
공립병원이 얼마나 든든한 지원이 되는지 직접 체감했어요.
출산 전에는 '무조건 사립병원이 더 좋다'는 인식도 있었는데,
이번 경험을 통해 공립병원도 충분히 안전하고, 만족도 높다는 걸 느꼈어요.
하지만 저처럼 응급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, 제왕절개는 선택할 수 없어요.
마지막에 병원에서 나오면서 엄마가 하시는 말
" 야 그냥 나올라니까 너무 이상하다. 돈 한 푼 안 받냐.. 허허 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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